업무상횡령죄 소액 반복 착복과 포괄 판단
김이지나
qwer@qw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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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0. 15
여러 차례 반복된 행위를 하나의 범죄로 볼지 여러 개의 범죄로 볼지가 먼저 넘어야 할 관문이다. 같은 방식으로, 같은 피해자를 상대로, 하나의 계속된 의사에 따라 반복했다면 이를 하나로 묶어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묶이면 각 행위의 금액이 모두 더해져 하나의 피해 금액이 된다.
묶어서 평가하는 것이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각각의 금액은 특별법 적용 기준에 한참 못 미치더라도, 모두 더하면 기준을 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사 단계에서 어느 범위까지 하나로 묶는지가 처벌의 틀을 결정하는 쟁점이 된다.
반대로 행위의 방식이 중간에 바뀌었거나, 범행 사이에 상당한 공백이 있었거나, 피해자가 달라졌다면 하나로 묶기 어렵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현금을 빼돌리다가 나중에는 물품을 빼돌렸다면 범행의 모습이 다르다고 볼 여지가 있다.
공소시효를 계산할 때도 이 구분이 영향을 준다. 하나로 묶인 범죄는 마지막 행위가 끝난 때부터 시효가 진행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서 아주 오래전에 시작된 행위라도 최근까지 이어졌다면 처음 행위까지 함께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피해 금액을 확정하는 일도 쉽지 않다. 작은 금액이 오랜 기간 반복되었기 때문에, 회사가 모든 거래를 하나씩 확인하기 어렵다. 회사는 일정 기간의 평균을 내어 전체 금액을 추정하려 하기도 하는데, 형사 절차에서는 추정이 아니라 증거로 확인된 금액만 인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서 피고인 쪽에서는 거래 하나하나에 대해 증거가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회사가 제시한 피해 목록 가운데 실제로 확인된 거래와 추정에 기댄 거래를 구분하고, 정상적인 거래가 섞여 있지 않은지 살펴본다. 같은 거래가 중복으로 계산되었거나, 다른 직원이 처리한 거래가 포함되어 있다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회사 쪽에서는 거래 기록을 꼼꼼히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판매 시스템의 기록, 현금 출납부, 영상 기록, 정산 서류처럼 각 행위를 뒷받침할 자료를 확보해야 전체 금액을 인정받을 수 있다. 기록이 남지 않은 기간은 피해를 입증하기 어려워진다.
범행 동기와 경위도 양형에 영향을 준다. 생활이 어려워 조금씩 손을 대기 시작했는지,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빼돌렸는지, 다른 직원과 함께했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작은 금액이라는 이유로 가볍게 생각했다는 주장은 오히려 반성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
피해 회복은 소액 반복 사건에서도 결과를 좌우하는 요소다. 확인된 피해 금액을 변제하고 회사와 합의하면 처벌이 크게 가벼워질 수 있다. 피해 금액 자체를 다투는 중이라도, 인정하는 부분부터 먼저 갚는 것이 진정성을 보여 주는 방법이다.
회사와의 근로 관계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횡령 사실이 드러나면 징계와 해고가 뒤따르고, 퇴직금이나 미지급 급여와 피해 금액을 어떻게 정리할지도 문제가 된다. 근로자의 임금은 원칙적으로 전액 지급되어야 하므로 회사가 일방적으로 피해 금액을 공제하기는 어렵고, 당사자 사이의 합의가 필요하다.
조사를 받게 되었다면 기억에 의존해 금액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오랜 기간에 걸친 일이라 정확히 기억하기 어려운데, 조사관의 질문에 대략적인 금액을 인정해 버리면 그 진술이 그대로 증거가 된다. 기록을 확인한 뒤 답하겠다고 말하고, 확인된 부분만 인정하는 편이 낫다.
피해 회사가 여러 지점이나 매장으로 나뉘어 있다면 범위 판단이 더 복잡해진다. 한 직원이 여러 매장을 돌며 같은 방식으로 돈을 빼돌렸다면 하나로 묶일 여지가 크지만, 매장마다 다른 법인이 운영하고 있다면 피해자가 달라 따로 평가될 수 있다. 회사의 운영 구조를 정확히 파악해 두는 것이 이 쟁점을 다투는 출발점이다.
가족이나 지인 명의의 계좌로 돈을 옮긴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작은 금액을 여러 계좌로 나누어 보냈다면 수사기관은 각 계좌의 흐름을 따라가며 전체 금액을 맞춰 본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사정을 알았다면 함께 책임을 질 수 있으므로, 가족에게 불필요한 부담이 가지 않도록 계좌 흐름을 스스로 정리해 설명하는 편이 낫다.
업무상횡령죄 사건에서 소액 반복 착복은 하나로 묶이느냐, 금액이 얼마로 확인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감정적으로 모든 것을 인정하거나 모든 것을 부인하기보다, 기록을 근거로 범위를 정확히 정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작은 손댐이 습관이 되기 전에 멈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거래 기록을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면 조력자를 통해 회사에 자료 열람을 요청하고, 확인된 범위 안에서 피해 회복 계획을 세우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오래 이어진 일일수록 차분한 정리가 필요하다. 조급하게 모든 것을 인정하는 것도, 무조건 부인하는 것도 결국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온다는 점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