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전문변호사 미성년후견인 선임의 요건

박현동 qwer@qwer.com 조회수 2회 2026. 10. 19
가사전문변호사에게 이혼 이후 가장 무겁게 다가오는 상담 가운데 하나는 아이를 키우던 부모가 세상을 떠난 경우입니다. 이혼하며 단독 친권자로 지정된 어머니가 갑자기 사망했는데 아버지와는 오래 연락이 끊겨 있거나, 부모 모두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처지가 된 상황에서, 남은 외조부모나 이모, 삼촌이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아무 권한이 없습니다. 학교 서류에 서명하거나 병원 동의서를 쓰거나 아이 명의의 보험금을 받으려 할 때마다 막히게 됩니다. 이때 필요한 제도가 미성년후견입니다.
미성년후견은 친권을 행사할 사람이 없거나 친권자가 친권을 행사할 수 없을 때 시작됩니다. 친권자가 사망한 경우, 법원의 판결로 친권을 잃거나 제한된 경우, 친권자가 실종 등으로 친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후견인은 아이의 신상을 보호하고 교육과 거소를 정하며, 아이의 재산을 관리하고 법률행위를 대리합니다. 부모가 하던 법적 역할을 대신 맡는 셈입니다.
이혼 가정에서 특히 문제 되는 것은 단독 친권자가 사망했을 때 다른 부모의 친권이 자동으로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법은 이런 경우 생존한 부모나 친족이 법원에 친권자 지정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법원은 생존 부모를 친권자로 지정하는 것이 아이의 복리에 맞는지를 판단합니다. 생존 부모가 오랫동안 양육에 관여하지 않았거나 아이와의 관계가 단절되어 있다면, 법원은 친권자 지정 대신 미성년후견인을 선임하는 쪽을 택할 수 있습니다.
후견인이 될 사람을 정하는 방식은 순서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친권을 행사한 부모가 유언으로 후견인을 지정해 두었다면 그 지정이 먼저 존중됩니다. 다만 유언으로 지정된 사람이 아이의 복리에 맞지 않는다고 보이면 법원은 생존 부모 등의 청구로 다른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유언이 없다면 법원이 친족이나 이해관계인의 청구를 받아 직권으로 후견인을 선임합니다. 이혼한 부모라면 생전에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아이를 맡길 사람을 유언으로 정해 두는 것이 아이를 지키는 준비가 됩니다.
법원은 후견인 후보가 아이를 돌볼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를 봅니다. 함께 살며 실제로 아이를 돌보고 있는지, 경제적으로 양육을 감당할 여건이 되는지, 아이와의 관계는 어떤지, 아이의 재산과 이해가 충돌하는 사정은 없는지가 판단 요소입니다. 가사조사관이 후보의 가정을 방문하거나 아이를 면담해 의견을 듣기도 하며, 아이가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나이라면 그 의견이 무게 있게 고려됩니다.
후견인이 될 수 없는 사람도 법에 정해져 있습니다. 미성년자, 피성년후견인,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않은 사람, 아이를 상대로 소송을 하고 있거나 했던 사람과 그 배우자와 직계혈족 등이 그렇습니다. 아이가 받을 보험금이나 상속재산을 둘러싸고 후보와 아이 사이에 이해가 얽혀 있다면, 법원은 그 점을 신중하게 살핍니다.
청구는 아이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에 합니다. 청구서에는 친권자의 사망 사실이나 친권 상실 사실을 보여주는 서류, 아이와 후보의 가족관계를 보여주는 서류, 현재 누가 아이를 돌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 아이의 재산 상황을 적은 목록을 첨부합니다. 생존 부모가 있다면 그 부모에게도 절차가 알려지고 의견을 낼 기회가 주어지므로, 생존 부모와 아이의 관계에 관한 자료도 함께 준비합니다.
선임된 후견인은 재산 목록을 작성해 법원에 제출하는 등 일정한 의무를 집니다. 아이의 재산을 자기 재산과 섞지 않고 따로 관리해야 하며,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큰 금액을 빌리는 등 중요한 행위에는 후견감독인의 동의나 법원의 허가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보험금이나 배상금처럼 큰 돈이 아이 앞으로 들어온 경우에는 법원이 관리 방법을 따로 정하기도 합니다.
후견인과 생존 부모의 관계도 정리해야 합니다. 후견인이 선임되었다고 해서 생존 부모가 아이를 만날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니며, 아이와 생존 부모의 교류를 어떻게 이어갈지가 따로 다투어지기도 합니다. 생존 부모의 양육비 부담 의무도 후견인 선임과 관계없이 남아 있으므로, 후견인은 아이를 대리해 생존 부모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가사전문변호사로서 후견 사건을 맡으면 가장 먼저 시간 순서를 정리합니다. 이혼 당시 누가 친권자였는지, 그 친권자가 언제 어떤 사유로 친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었는지, 그 뒤 아이를 누가 돌보고 있는지, 생존 부모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차례로 적으면, 친권자 지정과 후견인 선임 가운데 어느 절차가 맞는지가 드러납니다. 둘 중 무엇을 청구하느냐에 따라 준비할 자료가 달라집니다.
후견인이 선임되기 전까지의 공백도 대비해야 합니다.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아이의 학교 입학이나 수술 동의처럼 급한 일이 생기면, 임시로 후견인의 직무를 대행할 사람을 정해 달라는 사전처분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아이 명의 계좌의 보험금이 함부로 인출되지 않도록 지급 정지를 요청하는 것도 공백기의 보호 수단입니다.
후견이 끝나는 시점도 알아 둡니다. 아이가 성년이 되면 후견은 종료되고 후견인은 관리해 온 재산을 아이에게 넘기며 그동안의 관리 내역을 정산해야 합니다. 그 전에 생존 부모가 다시 양육에 나설 사정이 생기면 친권자 지정을 다시 다툴 수도 있어, 후견은 아이의 상황이 바뀌면 함께 바뀌는 제도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부모가 없는 자리를 법이 메우는 방식이 미성년후견입니다. 이혼한 부모가 미리 유언으로 맡길 사람을 정해 두고, 남은 가족은 아이를 실제로 돌본 기록과 재산 목록을 갖추어 청구하는 것이 아이의 생활과 재산을 함께 지키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