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상속인 문서에 이름이 오른 가족의 역할
박현동
qwer@qw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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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0. 27
연대보증인으로 이름이 오른 가족은 상속과 별개로 책임을 집니다. 고인의 대출에 아들이 연대보증을 섰다면, 아들이 상속을 포기하더라도 보증인으로서의 책임은 남습니다. 상속 포기는 고인에게서 넘어오는 빚을 피하는 것이지, 자기 이름으로 한 보증 약속까지 없애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많은 가족이 포기하면 모든 빚에서 벗어난다고 오해하는 지점입니다.
공동 소유자로 이름이 오른 가족은 그 지분만큼 원래부터 자기 재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모가 아파트를 공동 명의로 했다면, 고인의 지분만 상속 재산이 되고 어머니의 지분은 처음부터 어머니의 것입니다. 상속 재산의 범위를 계산할 때 공동 소유자의 지분을 빼야 하며, 분할 협의에서도 그 지분은 다룰 대상이 아닙니다.
보험 수익자로 이름이 오른 가족은 자기 고유의 권리로 보험금을 받습니다. 고인이 딸을 사망보험금 수익자로 지정했다면 그 보험금은 딸의 재산이어서 상속 재산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딸이 상속을 포기해도 보험금은 받을 수 있지만, 다른 가족과의 형평 문제로 다툼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임장이나 대리 서류에 이름이 오른 가족은 고인의 사망과 함께 권한을 잃습니다. 고인이 생전에 아들에게 은행 업무를 맡긴 위임장이 있더라도 사망 뒤에는 효력이 없으므로, 그 위임장으로 고인의 예금을 찾거나 부동산을 처분하면 문제가 됩니다. 대리인으로 이름이 있었다는 사실은 오히려 그 기간의 거래 내역을 설명할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임대차 계약서에 동거인으로 적힌 가족도 있습니다. 고인이 임차인이고 가족이 함께 살았다면, 고인의 사망으로 임차권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는 그 가족이 상속인인지, 함께 살던 사람인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계약서에 이름이 적혀 있다는 사실만으로 임차인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법이 정한 승계 규정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카드나 휴대폰의 가족 회원으로 이름이 오른 경우도 정리가 필요합니다. 고인 명의 카드의 가족 카드를 쓰던 가족은 고인의 사망 뒤 그 카드를 계속 쓰면 안 됩니다. 사망 뒤 사용한 금액은 고인의 빚이 아니라 쓴 사람의 책임이 될 수 있고, 상속 재산을 처분한 것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습니다.
등기부에 가등기권자나 근저당권자로 가족 이름이 적힌 경우도 있습니다. 고인이 생전에 자녀에게 돈을 빌리고 담보로 근저당을 설정해 주었다면, 그 자녀는 상속인이면서 동시에 고인의 채권자입니다. 이 경우 그 채권이 진짜 대여였는지, 다른 상속인들을 앞서기 위한 형식이었는지가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문서를 정리할 때는 사람별로 칸을 나눕니다. 이름, 그 이름이 적힌 문서, 그 문서에서의 자격, 그 자격의 법적 의미, 확인된 사실과 남은 질문을 적습니다. 한 사람이 여러 문서에 다른 자격으로 등장한다면 각각을 따로 적어야 역할이 섞이지 않습니다.
역할을 섞으면 생기는 실수가 있습니다. 보증인인 아들이 상속을 포기했으니 빚 걱정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공동 소유자인 어머니의 지분까지 분할 대상에 넣거나, 수익자인 딸의 보험금을 상속 재산으로 계산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실수는 협의를 처음부터 다시 하게 만들고, 때로는 되돌릴 수 없는 손해를 남깁니다.
문서의 날짜도 함께 봅니다. 보증 계약이 언제 체결되었는지, 공동 명의가 언제 등기되었는지, 수익자가 언제 지정되었는지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망 직전에 수익자가 바뀌었다면 그 경위가 다툼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아버지가 사업 대출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자 세 자녀는 모두 상속을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몇 달 뒤 은행이 장남에게 대출금 전액을 청구했고, 확인해 보니 장남이 대출 당시 연대보증인으로 서명해 두었습니다. 피상속인 서류를 정리할 때 장남의 이름이 어떤 자격으로 적혀 있었는지 읽었다면, 포기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장남은 그 뒤 보증 채무를 갚은 뒤 다른 상속인에게 나누어 달라고 할 수 있는지 물었지만, 다른 형제들은 이미 포기해 상속인이 아니었으므로 그 길도 좁았습니다. 역할을 늦게 확인한 대가가 컸던 셈입니다.
문서에 적힌 이름은 그 사람이 그 거래에서 맡은 역할을 말해 줍니다. 상속인이라는 지위와 문서 속의 역할을 분리해서 읽어야, 각자가 무엇을 받고 무엇을 책임지는지가 정확해집니다.
사망 직후 가족들이 모여 각자의 이름이 고인의 어느 문서에 어떤 자격으로 올라 있는지 서로 확인하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뒤늦은 놀람의 상당 부분을 막을 수 있습니다.
보증인이었던 가족은 보증 채무를 갚은 뒤 고인의 재산에서 돌려받을 권리가 생길 수 있으므로, 상속을 포기할지 정하기 전에 그 권리까지 함께 계산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포기하면 다른 상속인에게 구상할 근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