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폭행 반의사불벌이 적용되지 않는 구조
박현동
qwer@qw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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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0. 18
폭행죄는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는 죄로 정해져 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 수사기관은 사건을 더 진행하지 않고 끝낸다. 이것은 개인 사이의 가벼운 다툼을 당사자끼리 정리할 수 있게 하려는 취지다.
그런데 위험한 물건을 들고 폭행하거나 여럿이 위력을 보이며 폭행한 경우는 다르게 본다. 폭행의 방법 자체가 위험해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국가가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조항에는 반의사불벌의 규정이 따로 없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사건은 기소될 수 있다.
당사자들은 흔히 이 차이를 모른 채 합의한다. 가해자는 합의금을 주고 처벌불원서를 받으면 사건이 끝날 것으로 기대하고, 피해자도 그렇게 믿고 서명한다. 그 뒤 수사가 계속되고 기소 통지가 오면 서로 당황하고, 합의가 무효라는 다툼이 생기기도 한다. 합의하기 전에 죄명이 무엇으로 적용될지를 먼저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합의가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은 검사가 기소 여부를 정할 때와 법원이 형을 정할 때 중요한 사정으로 반영된다. 사안이 가볍고 피해가 회복되었다면 기소유예로 끝날 수 있고, 기소되더라도 형이 가벼워진다. 사건을 끝내는 열쇠는 아니지만 결과의 폭을 줄이는 요소다.
죄명이 어떻게 정해지는지가 그래서 사건의 갈림길이 된다. 손에 든 물건이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는지, 여럿이 함께 한 것이 위력을 보인 것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단순 폭행과 이 조항이 갈린다. 휴대한 물건을 실제로 휘두르지 않고 들고만 있었는지, 그 물건이 상대에게 위협으로 느껴졌는지가 판단 자료가 된다.
가해자 쪽에서는 초기 조사에서 그 물건을 어떻게 들게 되었는지를 정확히 설명해야 한다. 원래 일을 하며 들고 있던 도구였는지, 다툼 중에 집어 든 것인지, 상대를 겨누었는지에 따라 위험성의 평가가 달라진다. 진술이 과장되거나 축소되면 영상과 목격자의 진술과 어긋나 신빙성을 잃는다.
피해자 쪽에서도 알아 둘 점이 있다. 합의를 하면서 처벌불원서를 써 주더라도 사건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합의서에 그 사정을 반영해 두는 것이 좋다. 합의금이 사건 종결을 조건으로 한 것인지, 처벌의 결과와 상관없이 지급되는 것인지를 분명히 적어야 나중에 다툼이 없다.
수사기관이 죄명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위험한 물건을 든 폭행으로 입건되었다가, 조사 결과 물건이 위험하다고 보기 어려우면 단순 폭행으로 바뀐다. 그러면 그때부터 피해자의 처벌불원이 사건을 끝낼 수 있다. 반대로 단순 폭행으로 시작했다가 이 조항으로 바뀌면 이미 받은 처벌불원서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여럿이 함께 폭행한 사건에서는 각자의 역할도 따진다. 직접 때리지 않고 옆에 서 있던 사람이 위력을 보인 것으로 평가되는지, 단순한 구경꾼이었는지가 다투어진다. 함께 간 이유와 현장에서의 행동이 판단의 기준이다.
위험한 물건은 흉기에 한정되지 않는다. 우산이나 의자, 술병처럼 일상의 물건도 쓰는 방법에 따라 위험한 물건이 된다. 반대로 칼처럼 위험해 보이는 물건이라도 꺼내지 않고 가방에 있었을 뿐이라면 판단이 달라진다. 실제로 그 물건을 어떻게 다루었는지가 기준이다.
피해자가 다쳤다면 사건의 성격이 바뀐다. 위험한 물건으로 폭행해 상처가 생겼다면 상해의 조항이 적용되어 처벌의 범위가 넓어진다. 처음에는 폭행으로 입건되었다가 진단서가 나오면서 죄명이 바뀌는 일도 있으므로, 피해자의 상태를 초기에 확인해 두어야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아는 사이라면 합의의 방식도 조심한다. 직접 찾아가 사과하며 합의를 요청하는 것이 피해자에게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다. 대리인을 통해 뜻을 전하고, 피해자가 원하는 방식과 시간을 존중하는 것이 오히려 합의를 앞당긴다.
특수폭행 사건에서 합의를 앞둔 당사자라면 먼저 수사기관이 어떤 죄명으로 보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 죄명에 반의사불벌의 규정이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 다음 합의의 내용과 처벌불원의 효과가 어디까지인지를 서로 이해한 상태에서 서명해야 한다. 이 순서를 뒤집으면 합의 뒤에 신뢰가 깨지는 일이 생긴다.
기소가 되었다면 재판에서는 합의와 피해 회복, 범행의 경위와 물건의 위험성을 함께 설명해 형을 다룬다. 피해자의 처벌불원서는 이 단계에서도 제출할 가치가 있다.
처벌불원의 효과를 기대하고 서둘러 합의금을 지급했는데 사건이 계속되어 분쟁이 생기는 일을 막으려면, 합의서에 수사와 재판의 결과와 관계없이 합의가 유효하다는 문구를 넣거나, 기소 여부에 따라 금액을 달리 정하는 방법도 있다. 어느 쪽이든 서로 이해한 내용을 그대로 적어야 한다.
같은 다툼이라도 손에 무엇을 들었는지, 몇 사람이 함께했는지에 따라 사건을 끝낼 수 있는 사람이 달라진다. 그 구조를 먼저 알면, 합의를 둘러싼 오해와 기대가 훨씬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