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법률 용어 안내 헷갈리는 짝 용어
김이지나
qwer@qw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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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0. 24
고소와 고발은 누가 수사를 요청하느냐로 갈린다. 고소는 범죄 피해자나 법이 정한 일정한 사람이 처벌을 요청하는 것이고, 고발은 피해자가 아닌 제삼자가 범죄 사실을 알리고 처벌을 요청하는 것이다.
고소인과 피고소인, 원고와 피고도 자주 섞인다. 고소인과 피고소인은 형사 절차에서 고소를 한 사람과 당한 사람을 가리키고, 원고와 피고는 민사나 행정 소송에서 소를 제기한 사람과 상대방을 가리킨다. 형사 재판에서 기소된 사람은 피고가 아니라 피고인이라고 부른다.
피의자와 피고인은 절차의 단계로 구분된다. 수사를 받는 동안에는 피의자이고, 검사가 재판에 넘긴 뒤에는 피고인이 된다. 같은 사람이라도 기소를 기준으로 부르는 이름이 바뀐다.
체포와 구속은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기간과 절차가 다르다. 체포는 수사 초기에 짧게 신병을 확보하는 것이고, 구속은 판사의 영장 심사를 거쳐 더 오래 신병을 확보하는 것이다.
기각과 각하는 둘 다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뜻이지만 이유가 다르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해 내용을 판단하지 않고 끝내는 것이고, 기각은 내용을 판단한 결과 청구에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무효와 취소도 짝으로 기억하면 좋다. 무효는 처음부터 효력이 없는 것이고, 취소는 일단 효력이 생겼지만 취소권을 행사하면 그때 처음으로 돌아가 효력이 사라지는 것이다. 취소할 수 있는 행위는 취소하기 전까지는 유효하다.
집행유예와 선고유예는 둘 다 형의 집행이나 선고를 미루는 제도다. 집행유예는 형을 선고하되 일정 기간 집행을 미루는 것이고, 선고유예는 형의 선고 자체를 미루었다가 일정한 조건을 지키면 처벌받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것이다.
공소시효와 소멸시효는 시간이 지나 권리가 사라진다는 점은 같지만 적용되는 영역이 다르다. 공소시효는 형사 절차에서 검사가 기소할 수 있는 기간이고, 소멸시효는 민사에서 권리를 행사하지 않아 그 권리가 사라지는 제도다.
항소와 상고는 불복하는 단계가 다르다. 첫 재판의 판결에 불복하는 것이 항소이고,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판단을 구하는 것이 상고다. 결정에 대한 불복은 항고라는 이름을 쓴다.
가압류와 가처분은 둘 다 판결 전에 권리를 보전하는 절차다. 가압류는 돈을 받을 권리를 지키기 위해 상대의 재산을 묶어 두는 것이고, 가처분은 특정한 물건이나 지위에 관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현재 상태를 유지시키는 것이다.
조정과 화해는 당사자가 합의로 분쟁을 끝낸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조정은 법원이나 조정 기관이 중간에서 합의를 이끄는 절차이고, 화해는 당사자가 서로 양보해 분쟁을 끝내기로 약속하는 것이다. 법원에서 성립한 조정과 화해는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벌금과 과태료는 모두 돈을 내는 제재지만 성격이 다르다. 벌금은 형사 처벌이어서 전과로 남고, 과태료는 행정상 의무 위반에 대한 금전 제재여서 전과가 되지 않는다.
기소유예와 불기소도 헷갈리기 쉽다. 불기소는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기로 한 처분을 넓게 가리키는 말이고, 기소유예는 그 가운데 혐의는 인정되지만 여러 사정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이다.
증거와 증거능력, 증명력도 구분된다. 증거능력은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있는 자격이고, 증명력은 그 증거가 사실을 얼마나 믿을 만하게 보여 주는지의 힘이다. 증거능력이 없는 자료는 아무리 그럴듯해도 판단에 쓰이지 않는다.
대리인과 변호인도 다른 말이다. 민사나 행정 사건에서 당사자를 대신해 소송을 수행하는 사람은 대리인이라고 부르고, 형사 사건에서 피의자나 피고인을 돕는 사람은 변호인이라고 부른다.
이런 짝을 알아 두면 법원이나 수사 기관에서 받은 문서를 읽을 때 훨씬 덜 당황한다. 문서에 쓰인 말이 지금 내가 어느 절차의 어느 단계에 있는지 알려 주기 때문이다.
기초 법률 용어 안내를 읽은 뒤에도 문서의 뜻이 분명하지 않다면, 그 문서를 보낸 기관에 용어의 의미와 내가 해야 할 일을 직접 물어보는 것이 정확하다. 용어를 오해해 기한이나 절차를 놓치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
용어 하나를 잘못 이해하면 대응 전체가 어긋날 수 있다. 각하를 기각으로 착각해 다시 다툴 수 있는 길을 포기하거나, 과태료를 벌금으로 오해해 불필요하게 걱정하는 경우가 그렇다.
법률 용어는 일상어와 비슷해 보여도 정해진 뜻이 있다. 익숙한 말이라도 법률 문서 안에서는 다른 의미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모르는 용어가 나오면 짝이 되는 말을 함께 찾아보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차이를 알게 되면 그 용어가 왜 쓰였는지가 보인다.
작은 용어 이해가 큰 절차를 이해하는 출발점이 된다. 낯선 문서를 마주했을 때 한 단어씩 차근차근 풀어 가 보자.
용어를 정확히 알면 문서를 읽는 속도가 빨라지고, 무엇을 물어야 할지도 분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