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상속인 진행 중이던 형사사건 정리

김이지나 qwer@qwer.com 조회수 1회 2026. 10. 23
세상을 떠난 가족이 생전에 형사사건에 얽혀 있었다면 남은 가족은 그 사건이 어떻게 되는지, 자신들에게 어떤 영향이 있는지 걱정하게 된다. 피상속인이 피의자나 피고인이었던 경우와 피해자였던 경우는 처리 방식이 전혀 다르다. 각각의 경우를 나누어 정리해 본다.
고인이 피의자로 수사를 받던 중이었다면 수사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 형사 책임은 본인에게만 물을 수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은 공소권이 없다는 이유로 사건을 종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족이 대신 조사를 받거나 처벌을 받는 일은 없다.
재판이 진행 중이던 피고인이 세상을 떠난 경우에는 법원이 공소를 기각하는 결정을 내려 재판이 끝난다. 유죄도 무죄도 판단하지 않고 절차만 종료되는 것이다. 가족은 법원으로부터 이에 관한 통지를 받을 수 있다.
이미 벌금형이 확정되었지만 내지 못한 상태에서 세상을 떠난 경우도 있다. 벌금은 원칙적으로 본인에게 부과된 형벌이므로, 일부 예외적인 법률 위반을 제외하면 고인이 남긴 재산에서 가족에게 걷어 가지 않는다. 다만 예외에 해당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형사 책임과 민사 책임은 구별해야 한다. 고인의 행위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있다면,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은 형사 절차와 별개로 남아 가족에게 넘어갈 수 있다. 형사 사건이 끝났다고 피해자에 대한 배상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가족은 고인이 남긴 재산과 함께 이런 배상 책임의 규모를 확인해야 한다. 배상 책임이 재산보다 크다면 기한 안에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검토해야 한다. 이 판단에는 법에서 정한 기간이 있으므로 서둘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압수된 물건이 있었다면 그 처리도 확인해야 한다. 수사 과정에서 압수된 고인의 물건 가운데 범죄와 관련 없는 것은 가족이 돌려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으므로,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반환 절차를 문의할 수 있다.
고인이 피해자였던 경우는 다르게 진행된다. 고인이 고소한 사건이나 고인을 피해자로 하는 사건은 고인이 세상을 떠나도 계속 진행될 수 있다. 가해자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국가가 진행하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세상을 떠나면 가족이 피해자의 권리를 일부 대신 행사할 수 있다.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범죄라면 배우자나 가까운 친족이 고소할 수 있는 경우가 있고, 재판에서 의견을 진술하는 등의 참여도 가능하다. 다만 고인이 생전에 고소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면 그 뜻이 고려된다.
고인이 피해자로서 받을 배상금이 있었다면 그 권리는 가족에게 넘어간다. 가해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재산권이므로 가족이 이어받아 청구할 수 있다. 이미 소송이 진행 중이었다면 가족이 그 소송을 이어받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고인이 유죄 판결을 받고 세상을 떠났는데 그 판결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가족도 있다. 이 경우 배우자나 가까운 친족은 일정한 요건 아래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려는 경우에 의미가 있는 절차다.
고인이 고소인으로서 진행하던 민사와 형사 절차가 섞여 있는 경우도 많다. 어떤 절차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정리하려면 고인이 받은 우편물, 법원과 수사기관의 서류, 휴대전화의 연락 기록을 살펴야 한다.
고인이 선임했던 변호인이나 대리인이 있었다면 그와 연락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사건의 진행 상황과 남은 절차를 정확히 알 수 있고, 가족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안내받을 수 있다.
가족이 사건 내용을 처음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고인이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 감당하던 사건이라면 갑자기 날아온 서류에 당황할 수 있다. 서류의 종류와 기한을 차분히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보도나 주변의 시선이 걱정될 수도 있다. 고인이 피고인이었던 사건이 끝났다고 그 사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형사 책임이 가족에게 넘어가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히 알아 두어야 한다.
고인이 생전에 형사사건의 합의를 진행하고 있었다면 그 합의의 처리도 확인해야 한다. 합의금을 일부만 지급한 상태였다면 남은 금액을 누가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피해자와 다시 이야기해야 할 수 있고, 이는 민사상 배상 문제로 이어진다.
이처럼 피상속인이 진행 중이던 형사사건은 고인이 가해자였는지 피해자였는지에 따라 정리 방식이 갈린다. 가해자였다면 형사 절차는 끝나지만 배상 책임은 남을 수 있고, 피해자였다면 사건은 계속되며 가족이 일부 권리를 대신 행사할 수 있다.
사건과 관련된 서류는 가족이 정리해 일정 기간 보관하는 것이 좋다. 공소기각 결정문, 압수물 반환 기록, 피해자와의 합의 서류는 이후 민사 청구나 재산 정리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근거가 된다.
가족이 감정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내용이 담긴 사건이라면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떠안지 않도록 역할을 나누는 것이 좋다. 필요한 연락과 서류 정리를 나누어 맡으면 부담을 조금 덜 수 있다.
정리하면 형사 처벌은 가족에게 넘어가지 않지만 민사상 배상과 청구권은 넘어간다. 고인의 서류와 대리인을 통해 사건의 현황부터 파악하는 것이 가족이 할 첫 번째 일이다.
고인을 보낸 뒤 법적 문제까지 마주하는 것은 큰 부담이지만, 무엇이 끝나고 무엇이 남는지를 구분하면 해야 할 일이 훨씬 분명해진다.